한번 시작한 정책을 정부가 한 달 만에 뒤집는 일은 흔치 않다.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서 시작한 정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농지 전수조사는 정확히 그런 일이 벌어졌다.
■ 정치권이 먼저 움직였다
지난 2편에서 다뤘듯, 5월부터 시작된 조사는 예상보다 훨씬 넓은 그물을 던졌다. 고령농과 상속농, 관행적 임대차까지 위반 대상으로 걸리면서 농촌 곳곳에서 불만이 쌓였고, 이게 정치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9월 15일, 국민의힘이 농민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전수조사 중단과 농지법 재개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야당의 압박만이 아니었다. 이틀 뒤인 17일에는 여당인 민주당 권칠승 정책위의장이 “농촌의 일상적 농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위반은 계도와 제도 개선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히며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18일 기자회견에서 직접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같은 방향의 목소리가 나온 셈이다.
■ 9월 21일, 방향이 바뀌었다
이런 흐름 속에 나온 게 9월 21일 당정협의 후속대책이다. 핵심은 하나로 요약된다. 투기와 ‘관행’을 구분해서 다루겠다는 것이다.
명백한 투기나 농업진흥지역을 훼손하는 중대한 불법 전용은 지금처럼 엄정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농업인끼리 편의상 땅을 바꿔 경작하거나, 마을 단위로 여러 필지를 한 사람이 모아 짓는 것 같은 오래된 관행은 처분명령 대상에서 빼주겠다는 방향이다. 5월 법 개정으로 재량에서 의무로 바뀌었던 처분명령이, 적어도 ‘관행’으로 분류된 경우에는 다시 유예될 길이 열린 것이다.
■ 구체적으로 뭐가 달라졋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농지은행 활용이다. 소유자가 자신의 농지를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실제로 그 땅을 부치던 사람이 임대 형태로 계속 농사지을 수 있게 된다. 관행적 임대차로 불이익을 걱정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대목이다.
소유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미등록 상속 농지에 대해서도 방법이 생겼다. 행정청이 대리 경작자를 지정하거나, 그동안 재산세를 내온 사람이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원래 7월 31일까지였던 임대차 특별 정비기간도 11월 15일까지 넉 달 가까이 늘어났다. 이미 불법 전용으로 확정된 경우라도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면 사후에 양성화할 기회를 주기로 했고, 이런 내용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농지 특별조치법 제정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 그래도 다 풀린 건 아니다
다만 이걸로 모든 게 정리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관행적 위반과 투기를 가르는 기준 자체가 아직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결국 현장 조사원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고, 이 부분에 대한 불안은 농민 단체들 사이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이 대목은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조금 더 실용적으로, 그러니까 실제로 농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지금 뭘 확인해야 하는지 중심으로 다뤄볼 생각이다.
■ 정리하면
정리해보면, 정부가 방향을 튼 건 여야를 가리지 않은 정치권의 압박과 현장의 반발이 한 달여 만에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온 게 투기와 관행을 구분하는 9월 21일 대책이고, 농지은행 위탁과 임대차 정비기간 연장(11월 15일까지), 사후 양성화가 핵심 내용이다.
오늘 할 수 있는 건, 혹시 본인이나 가족이 관행적으로 임대해온 농지가 있다면 11월 15일이라는 날짜부터 달력에 표시해두는 것이다. 넉 달이 길어 보여도, 서류 준비까지 감안하면 금방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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