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사격장 소음에 시달려온 동네라면, 웬만한 시설이 들어온다 해도 반가울 것이다. 하물며 그게 지역 경제를 살릴 수도 있는 시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양평군이 과천 경마장 유치에 뛰어든 배경에는 이런 오랜 숙원이 깔려 있다.

■ 양평이 내세운 카드, 용문산 사격장
양평군이 한국마사회에 제안한 후보지는 용문산 사격장 부지다. 군에 따르면 이곳은 40여 년간 군사시설로 쓰이면서 주변 주민들이 소음 문제를 감내해온 곳이다. 이 부지를 경마장으로 바꾸는 건 단순히 외부 시설을 유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군사시설을 없애면서 지역의 오랜 민원까지 함께 해결하는 셈이니,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카드인 셈이다.
부지 규모도 무기다. 양평군은 이 부지가 현재 과천 경마장 부지보다 4배 이상 넓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부분이 국·공유지로 구성돼 있어서, 사유지를 사들여야 하는 다른 후보지들과 달리 토지 매입과 보상 절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부지를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 자체가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대형 공공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실무적으로 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여기에 수도권과의 접근성, 용문산 일대의 자연환경까지 더해 경마 기능과 관광·레저를 결합한 친환경 생태·레저 복합지역으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놨다. 단순히 경마장 하나만 옮겨오는 게 아니라, 그 주변까지 하나의 관광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그림이다.
■ 얼마나 진심인가
양평군의 움직임은 말뿐이 아니었다. 지난 6월 말에는 전진선 양평군수가 직접 한국마사회를 찾아 이전 사업을 총괄하는 배광석 미래전략본부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용문산 사격장 부지의 입지적 강점과 사업 타당성을 설명하면서, 수도권과의 뛰어난 접근성과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개발 가능성, 대규모 부지 확보의 용이성을 주요 강점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경제적 논리도 빼놓지 않았다. 이전에 따른 생산유발효과와 고용 창출, 지방재정 확충 효과를 설명하면서, 마사회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사업 추진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마사회에 정식 제안서를 전달했고, 8월부터는 군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9월 4일, ‘경마공원 양평 유치 범군민 추진단’ 발대식을 열었다. 여기에는 160여 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는데, 행정 중심이던 유치 활동을 지역사회 전체가 나서는 범군민 운동으로 확대한 것이다.
추진단은 전진선 양평군수와 용문산 사격장 폐쇄 범군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공동 단장을 맡았다. 발대식에는 김선교 국회의원과 지민희 양평군의회 의장, 이혜원 경기도의원까지 참석했다. 행정과 정치권, 주민이 한목소리를 낸다는 걸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군은 앞으로도 서명운동을 이어가면서, 한국마사회의 공모 절차가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후보지 관련 자료와 행정 절차 같은 실무 준비도 함께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다른 후보지들과 비교하면
지금까지 경마장 유치전에는 경기 남부의 화성·시흥·안산, 북부의 고양·의정부·양주·포천·동두천·연천까지 이미 여러 지자체가 뛰어든 상태였다. 여기에 양평까지 가세하면서 유치전은 더 복잡해졌고, 최근에는 가평군도 가평역과 상천역 인근 부지를 검토하며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곳 모두 각각 150만㎡ 안팎 규모라고 하니, 양평과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이웃 지자체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시설을 놓고 경쟁하게 된 셈이다.
후보지마다 내세우는 카드는 조금씩 다르다. 화성은 화옹지구 안에 이미 있는 마사회 소유 부지를, 시흥은 마사회 내부에서 거론되는 선호도와 서해선·신안산선 같은 교통 여건을, 안산은 단원구 대부동 일대를 자체적으로 유력 후보지로 정하고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속도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양평이 내세우는 가장 뚜렷한 차별점은 국·공유지 비중이다. 부지 전체가 군사시설이라 민간 토지 매입 자체가 거의 필요 없다는 점은, 사업 속도와 예산 부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게 실제 공모 과정에서 다른 지역의 강점을 뛰어넘을 만큼 결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그래도 변수는 남아 있다
양평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나선다 해도, 최종 결정은 한국마사회의 공식 공모 절차를 거쳐야 나온다. 아홉 곳이 넘는 지자체가 동시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용문산 사격장이 실제로 군사시설에서 벗어나기까지는 국방부와의 협의 같은 별도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아직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다. 군사시설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건 지자체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서, 이 부분이 실제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정리하면
정리하면, 양평은 40년 묵은 사격장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역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국·공유지라는 실질적인 강점까지 갖추고 있다. 정치권과 160여 개 기관·단체가 함께 움직이는 만큼 유치 의지 자체는 확실해 보인다. 다만 아홉 곳이 넘는 지자체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군사시설 전환이라는 별도 변수까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최종 후보지가 어디로 정해질지는 여전히 열려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은 양평군 공식 홈페이지나 한국마사회 공고란을 한 번 확인해보길 권한다. 공모 절차가 구체화되는 순간 가장 먼저 소식이 올라올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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