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사놓고 방치하면 정부가 강제로 팔라고 할 수도 있다면, 믿어지는가. 몇 년 전만 해도 남의 나라 이야기 같던 일이, 지금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실제 벌어지고 있다. 시골 땅 한 뙈기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남 일처럼 들리지 않을 이야기다.
■ 발단이 된 대통령의 한마디
시작은 올해 2월 국무회의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필요하면 대규모 인력을 조직해 전수조사를 하고 농사짓겠다며 사놓고 방치한 땅에는 매각명령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 한 마디가 이후 몇 달간 전국 농촌을 뒤흔든 정책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 왜 하필 농지가 투기 대상으로 지목됐나
그냥 나온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거짓 영농계획서를 써서 농지를 취득한 뒤 수백억원대 투기 이익을 챙긴 사례, 여러 사람이 한 필지를 지분으로 나눠 산 다음 정작 경작은 다른 사람에게 시킨 사례 같은 게 이미 드러나 있었다. 농사지을 사람이 땅을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이 현실에서는 곳곳에서 비껴가고 있었던 셈이다.
■ 계획이 구체적인 숫자로 바뀐 순간
지시가 나온 지 두 달 뒤인 4월 1일, 당정협의에서 계획이 구체화됐다.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에 걸쳐 전국 농지 195만4,000㏊를 조사하고, 여기에 수천 명의 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시도되는 전국 단위 농지 실태조사라는 점에서, 규모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 조사에 힘을 실어준 법 개정
한 달 뒤인 5월 7일에는 관련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처분명령 조항이다. 그동안은 위반 농지가 확인돼도 지자체가 재량으로 처분명령을 내릴지 말지 정할 수 있었는데, 이게 의무로 바뀌었다. 조사에서 위반이 확인되면 지자체가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 그렇게 5월, 실제 조사가 시작됐다
법이 뒷받침되자 곧바로 실제 조사가 시작됐다. 명분은 분명했다. 투기 목적으로 묵혀둔 땅을 가려내고, 농사지을 사람에게 땅이 돌아가게 하자는 것. 취지만 보면 딱히 반박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조사가 실제로 진행되면서, 애초 겨냥했던 투기꾼들 말고도 훨씬 많은 사람이 조사망에 걸려들기 시작했다. 고령농, 상속농,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임대차를 해온 사람들까지 함께 위반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조용하던 농촌이 술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좀 더 자세히 풀어볼 생각이다.
■ 정리하면
농지 전수조사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정책이 아니라, 2월 대통령 지시 → 4월 계획 공식화 → 5월 법 개정과 조사 착수로 이어진 수순이었다. 명분은 투기 근절이었지만, 그물이 생각보다 넓게 쳐지면서 예상 못 한 파장을 낳게 된다.
혹시 본인이나 가족이 최근 몇 년 사이 농지를 취득한 적이 있다면, 오늘 한 번 그때 제출했던 영농계획서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보길 권한다. 이 조사가 어떤 서류를 기준으로 진행되는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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